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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내기 같은 동안과 강렬한 옷차림이 미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딱 잘라 말해 옷이 안 어울린다. 억지로 어른스럽게 입은 고등학생스럽다. 본인도 이 사실을 알고 있지만 헤어진 애인이 선물해 준 옷이라 벗을 수는 없는 모양(세탁할 때랑 잘 때랑 운동할 때 제외). 

 진홍색 머리카락, 금색 눈동자. 오목조목 들어찬 이목구비에 약간 넓은 이마. 쌍꺼풀은 없지만, 눈이 크고 아이홀이 깊어 있다는 착각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본인 기준 왼쪽 눈가에 긁힌 흉터가 있다. 흉터의 모양새로 보아 오래된 것인 듯싶다. 평소에는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서 알아채기 어렵다.

 하얀 피부. 선크림을 꼬박꼬박 바르기는 하지만 그래도 모자란 지 챙 넓은 모자나 양산을 쓰고 다닐 때가 잦다. 햇빛 알레르기 때문. 여름에 실외활동을 즐기지 않는다. 

 호피 무늬 스카프와 라이더 재킷, 롱스커트는 흩날릴 때마다 빨간색 하이힐이 보인다. 보는 사람이 다 더워 보이지만, 정작 본인은 더위를 거의 타지 않는다. 

 마른 몸에 적당히 붙어있는 근육. 팔다리가 길쭉길쭉하니 모델 같기도 하다. 얼굴에 화장기는 거의 없지만, 실은 하루에 거진 1시간을 미용에 투자하고 있다. 하루에 수 만 가지 표정을 지어도 화장 한번 무너지는 일 없다.

 

│짓궂은│

참을 수 없이 가볍다. 진지한 표정으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내뱉고 장난어린 표정으로 입바른 말을 내뱉는다. 사뭇 신뢰를 주기 힘들지만, 그래서 다가가기 쉬울 때가 있다. 적절한 유머는 상대의 긴장을 풀어주기도 하나 당연히 짜증 날 때도 부지기수다. 여기서 짜증을 내면 그가 더 재미있어하기 마련이니 당하기 싫으면 무반응으로 일관하는 게 상책이다. 물론 눈치가 빠르기에 실수로 도를 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부러 도를 넘을 때는 있다. 장난에 목숨건다 싶지만, 인생의 낙이기에 그만둘 수 없다. 근방에 없는 듯싶다가도 어디선가 무슨 재미있는 일만 벌이려고 들면 어느샌가 나타나 있다. 소문에 빠르고 그에 맞춰 발도 빠르다. 눈치도 감도 좋기 때문이다. 갖가지 터무니 없는 일에 동참하거나 혹은 부추긴다. 그의 근처에만 가도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을 때가 많다. 어딘가 이상하고 언제나 눈에 띈다. 

 

변덕스런

말 그대로 마음이 갈대처럼 흔들린다. 귀가 얇다?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좋아하는 색이 뭐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한다. 차는 빨간색, 신발은 금색, 주말에는 거꾸로. 다음 주에 물어보면 대답이 또 다르다. 취미는 쇼핑으로, 집에는 항상 포장도 안 뜯은 물건들로 발 디딜 틈 없다. 사고 난 뒤 몇 달쯤 지나면 곧장 쓰레기통 직행이다. 다른 물건을 사야 하니까. 쇼핑중독이라는 말로 일축할 수 있다. 벌이는 나쁘지 않은데도 저축은 안 하고 그때그때 돈을 물 쓰듯이 써버린다. 저는 평생 돈 벌 수 있다니까요. 미래에 대한 걱정은 없는지 자신만만하다. 감정도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는 한다. 엉엉 울다가도 배꼽 빠지게 웃고, 사건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다가도 곧 맹렬하게 비난한다. 

 

사교적인 

상대를 가리지 않고 말을 붙인다. 그의 첫인사는 보기 좋은 미소와 반 톤 높은 목소리를 동반하는데, 꼭 세일즈 판매원을 연상케 한다. 타인에게 솔선수범하는 모범생이든, 타인에게 반면교사가 되는 불량아든, 그 외의 어떤 경우에도 그의 공략 대상에 포함된다. 자신에게 노골적인 비호감을 표출하는 상대에게도 굳이 그 이유를 물어보러 간다. 왜 싫은지 궁금하단다. 진짜로 돼먹지 못한 사람(지극히 본인 기준이다)이라면 달려들지 않지만, 한 번 꽂힌 상대는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사람에 따라 아주 귀찮고 피곤한 성격으로 느껴질 법하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참 좋아하는지 조건 없는 애정표현을 일삼는다. 누구에게 꼭 들어맞는 선물을 하는 것을 즐긴다. 아니면 자기가 내키는 대로 선물하는 것도 좋아한다. 어떻게 보면 봉사 정신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언제는 자신의 전당포에서 일하는 알바생의 학비를 전부 지원해주기도 했고, 언제는 가차 없이 자신에게 스팸메일을 보낸 일당을 고소하기도 했다.   

 

외유내강
나아가느냐, 나아가지 않느냐의 선택지가 있으면 망설임 없이 전자를 택한다.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끊임없는 발전을 이룩하려 노력한다. 자신의 인생 그래프는 지금껏 꺾인 적 없이 쭉쭉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고 여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항상 어제보다 나은 자신이 되기 위해 애썼다. 닥쳐온 태풍에도 유연하게 자신이 가는 길을 걸을 뿐이다. 어지간한 일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담이 크다고 해야 하나, 겁이 없다고 해야 하나. 그렇다고 해서 결코 무모하다고는 할 수 없다. 겉으로는 과장되게 호들갑을 떨어댈지라도 속은 차분하게 다음 상황을 생각한다. 세세하게 목표를 짜기보다는 대의를 향하고 그 일전은 유도리있게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는 스타일이다. 이 때문에 한없이 가볍고 충동적인 사람으로 느껴지기 쉽지만, 그는 언제나 흔들리지 않고 높은 곳을 내다보는 사람임을 잊으면 안 된다. 

 

+

이리하다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첫째는 사람이고 둘째는 개척이다.

리하다는 사람에게 가치를 매기고 그 행위에는 자신 또한 포함되어 있다. 리하다는 언제나 자신에게 최고점을 매기기 위해 노력한다. 끊임없는 자기계발은 그것에서 비롯된다. 

 

01. 기본 프로필

- 12월 8일생.

- 양손잡이.

- 서울 서대문구 거주.

- RH+ O형.

 

02. 방문 이유

 최근 1년여간 만나오던 상대에게 걷어차였다. 인생을 크게 비관하며 인적 드문 곳에서 자살하겠답시고 무작정 차를 몰고 산속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다음 휴게소에서 황태해장국만 먹고 자살해야지. 다음 휴게소에서 호두과자만 먹고 자살해야지… 그러다가 길도 잃고 기름도 뚝 떨어졌다. 기름 좀 얻으려고 외딴 마을로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여기가 어디죠? …경무리요? 그 두 달 전에 산사태 났다는? 이런, 그 뉴스 볼 때 울 자기랑 같이 있었는데… 자기야, 흑… 나 그냥 콱 죽어 버릴래…

 

그 소리까지 들은 친절한 주민/자원봉사자 이(가) 리하다를 끌고 제집에 주저앉혔다. 

 

 03. 연애사

  성격에 걸맞게 애인을 금방금방 갈아치웠다. 끓는 냄비처럼 불타올랐다가도 뒤돌아보면 식는다. 1년이면 이례적으로 길게 만난 축이다. 그리고 본인이 바람을 피워서 걷어차였다. 걷어차여도 백 번 할 말이 없는 일이지만 본인은 상당히 안타까워하고 있다.

 

안 들킬 수 있었는데…

 

상대가 흥신소를 운영하기 때문에 빼도 박도 못할 증거가 잡혔다. 헤어진 뒤에 구질구질하게 전화를 해봤지만 이미 차단당한 뒤였다. 엉엉 울면서 추억이 담긴 물건을 정리했다. 그걸 추억이 담긴 상자-작년 크리스마스에 선물 교환했던 상자-에 넣고 자신의 빨간색 스포츠카에 실었다. 무덤 옆에 넣어야겠다는 생각으로… 

 

 04. 현재

 슬프긴 하지만 죽어야겠다는 생각은 거의 버렸다(애초부터 죽을 생각이었는지조차 의문이다). 그렇지만 상대를 떠올리게 하는 작은 것에도 금세 감정이 북받쳐 울음을 터뜨린다.

내 손톱 좀 봐… 자기랑 같이 네일아트 받으러 갔었던 거 그대로야…

다른 생각에 회복하기도 금방이다.

……젤네일이 언제 이렇게 벗겨졌지? 여기 매니큐어 없어요?

그렇지만 제정신은 아닌지 틈만 나면 술을 찾고 노래를 부른다(사실 멀쩡할 때도 별반 다르지 않다). 우느라 눈이 부어서 선글라스를 잘 벗지 않는다. 언제 울지 모르기 때문에 기분이 나아졌을 때도 거의 끼고 있다. 옷 스타일도 본인 취향과는 정반대로 입고 있어서 어쩐지 부자연스럽다. 계절감에 엇나간 라이더 재킷도 마찬가지의 이유이다. 원래는 고집스러운 하늘하늘 원피스 취향이지만, 지금은 전 애인이 선물해줬던 스타일 그대로 입었다. 정작 선물해줬을 땐 본인 취향이 아니라며 옷장 구석에 처박아뒀었으면서. 

 

05. 경무리에서

 짧은 기간 머무르는 동안 별다른 사고 없이 보냈다. (가벼운 사고는 있었다. 말없이 채소를 서리한다던가 하는…본인은 아주 가벼운 사고로 생각했다.) 돈을 넉넉히 챙겨와서(정말 자살이 아니라 여행이 목적이었다는 듯) 감사의 표시로 신세 진 사람들에게 돈도 지불했다. 휴양 온 것처럼 마을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거나 어딘가에 처박혀 눈물만 뚝뚝 흘리거나 했다. 할 일이 영 없을 땐 봉사활동을 돕기도 했다(노느라 그다지 도움이 되진 않았다). 붙임성이 좋아서 마을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과 대강 안면을 텄다. 마을에는 제정신 아니지만 착한 서울 처자쯤으로 생각되고 있는 듯. 이제 슬슬 서울로 되돌아볼까? 하는 생각 중이다. 왜냐면 여긴 어쩐지 말야…

 

 06. 가정

 서울의 동네 구멍가게를 하는 할머니 밑에서 자랐다. 작은 가게였지만 할머니께서 수완이 좋으셔서 굶지 않고 잘 살았다. 대신 독립도 빨라서 열여섯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해야 했다. 할머니 손에 자라긴 했지만 거의 방목되다시피 컸다고 해도 좋다. 할머니도 쿨한 편이라 연락 안 한 지 오래됐다. 할머니에게 엄청난 애정을 품은 것도 아니지만, 가족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할머니 한 명 뿐이다. 지금 할머니는 리하다가 크루즈 여행을 보내드려서 한국에 발을 안 붙이신지 3개월도 지났다. 갔다 오시면 어떠셨어요? "좋았단다." 이정도의 대화를 나누고 말 것이다. 이렇게 커서인지 어떤 일에 족쇄가 걸리면 엄청나게 답답해한다. 

 

 07. 직업

 전당포를 차린 지는 올해로 8년 째다. 전당포 이름은 <장합사>. 마찬가지로 서울에 있고, 집 근처긴 하지만 후미진 동네에 위치한다. 그렇지만 동네에 있는 유일한 전당포이기 때문에 꾸준히 수요가 존재한다. 사장인 리하다보다는 대부분의 시간을 고용한 아르바이트생이 대신 자리를 지키고 서 있다. 리하다는 가끔 놀러 가서 주전부리를 얻어먹는 정도이고, 평소엔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느라 바쁘다. 취미로 땅 투기를 하고 있어서 그렇다. 쇼핑중독에 걸렸음에도 용케 파산을 면하고 있는 까닭이다. 전 재산이 어느 정도 돼요? 언젠가 알바생이 물어본 적이 있었다. 리하다는 그때 지갑을 열고 먼지까지 탈탈 털며 대답했다.

 

음… 삼만…하나, 둘, 셋, 삼백…원? 아니, 여기 삼십 원 더 있다!

삼만 삼천 삼백 삼십 원 있어. 3원짜리 동전이 없어서 아쉽다~

 

알바생의 표정을 보고는 재빨리 덧붙였다. 

 

아, 그치만 네 월급날쯤엔 월급 줄 수 있을 거야. 

 

 08. 흉터

 흉터가 생긴 지는 꼭 2년 째다. 레이저 시술로 지울 수 있는데도 그대로 뒀다. 아직 지우고 싶은 마음이 안 든다나? 그때의 상처를 기억하고 싶다나? 흉터가 있다는 건 싸움에서 살아남았단 증거라나? 당시 애인의 개와 놀다가(개한테 먹이를 줄까 말까 장난을 치는 중이었다) 약오른 개가 리하다의 얼굴을 긁어버렸다. 그리고 개는 보란 듯이 간식을 먹으려 했으나 분기탱천한 리하다가 끝까지 주지 않았다. 애인은 꼴좋다며 깔깔 웃었고 리하다는 그 뒤로 개만 보면 개처럼 싸웠다. 아직도 개를 싫어한다. 조금 무서워하는 쪽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까딱하면 실명할 뻔한 일이었으니까. 

 

 09. 취미

 변덕이 죽 끓듯 하는 그답게 지금까지 거쳐 간 취미도 많다. 오토바이, 사고 난 뒤로 안 탄다(발목이 부러졌다). 스쿠버 다이빙, 역시 사고 난 뒤로 안 했다(조류에 휩쓸려서 구사일생으로 건져졌다). 수지침 놓기, 사고 치고 자격증은 태웠다(침 맞은 알바생이 두 시간 동안 팔을 못 움직였다). 귀금속 세공, 애인한테 직접 반지를 만들어줬었는데 차이고 나선… 잘 모르겠다. 차인지 얼마 안 되었고 계속할 의욕을 잃었다.

 반대로 아직 지속하고 있는 취미들도 있다. 색소폰 불기. 피아노 치기. 외국어 배우기. 가벼운 산책. (최근에는)밭에 있는 농작물 서리하기. 목공예로 가구 만들기. 디저트 집 탐방. 기타 등등. 이 중에 평생 계속할 것 같은 취미는 디저트 집 탐방뿐이다. 재주는 많은데 정착하지를 못한다. 뭐 하나 특기라고 부를 법하면 도중에 그만둔다.

 

대신에 저는 친구가 많잖아요~

 

누군가 지적하면 그렇게 능청을 부린다.

 

 10. 기타 

  - 이름은 할머니께서 지어주셨다. 네 멋대로 살라는 뜻에서. 그리고 누구보다 그 말을 충실하게 지키고 있다. 이름이 네 글자다 보니 상대가 자신을 어떻게 부르든 관여하지 않는다. 알아듣게만 불러 달라는 모양.

  - 기본적으로 상대에게 존댓말을 한다. 반말하는 상대는 극히 드물다. '~씨'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그야 당연히 농담이죠! 하는 식의 말버릇이 있다. 말을 곱게 쓰는 편으로 남을 향한 욕설을 하는 일이 극히 드물다. 

 - 저혈압이 있다. 심하지는 않지만, 아침에 일어나기를 유독 힘들어한다. 잠투정이 심하고 아침에 누군가 깨운다면 평소에는 내지도 않았을 짜증을 심하게 낸다. 그리고 잠이 온전히 깨면 짜증 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도 못한다.

 - 음주는 즐기지만 흡연은 하지 않는다.

 - TV를 즐겨본다. 특히 음악 프로그램은 다 챙겨보는데, 그중에서도 아이돌 소식에 민감하다. 특정 아이돌의 팬은 아니지만 아무리 무명일지라도 대부분의 아이돌 이름을 꿰고 있다. 

1. 핸드폰

 - 기종은 LG G7 ThinQ. 색상은 라즈베리 로즈. 케이스며 핸드폰 고리며 아무것도 없이 공장미개봉상태 그대로다. 산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렇다기보다는, 거추장스럽다고 생각한다. 확 꽂혀서 사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떼어버리고는 한다. 

 - 핸드폰은 나오는 족족 신상으로 교체한다. 그렇다고 해서 딱히 SNS를 하거나 스마트폰 중독인 것도 아니다. 반대로 핸드폰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편이다. 그 흔한 메신저 어플도 사용하지 않으며 사용하는 기능은 폰 게임 몇 개와 문자, 전화통화뿐이다. 그것도 걸려오는 전화의 3분의 2는 받지 않는다. 

 - 비밀번호는 당연히 걸려있지 않다. 저장된 번호는 <할머니>와 <자기♥> 둘 뿐이다. 언급했다시피 할머니는 크루즈 여행 중이고 자기♥한테는 차이고 차단당했다. 나머지 필요한 번호는 그냥 외워버리고 만다. 그리고 필요하지 않은 건 잊어버린다.  

 - 배경화면은 비틀즈의 화보 중 한 컷. 

 

2. 양산

 - 양산만은 본인 취향이라서 전체적인 패션과는 무척 부조화스럽다.

 - 하얀색 바탕에 작은 레이스가 세로로 박음질 되어있다. 핑크색 리본도 손잡이에 포인트로 들어가 있다. 

 - 산지 얼마 되지 않은 새 양산이다. 실외로 나갈 때는 꼬박꼬박 쓰고 다닌다. 심지어 비가 오는 날에도 써서 우산 대용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3. 상자

 - 이전 애인과의 추억이 담겨 있는 상자. 한 손으로 들고 다니기 딱 좋은 사이즈에 귀여운 핑크색 하트가 그려져 있다. 무겁지도 않아서 항상 끼고 다닌다. 안에는 별 쓸데없는 잡동사니가 다 들어있다. 

 - 애인과 찍은 사진이 담겨 있는 펜던트. 처음으로 애인이 담배 피울 때 불을 붙여주었던 라이터. 처음 애인 때문에 울었을 때 그 눈물을 닦았던 휴지. 오는 길에 휴게소에서 산 먹다 남은 콜라(넣었던 걸 까먹었다). 이 외에도 기타 등등 몰라도 되는 것들. 

10년 전, 신학대에 재학 중이던 태민과 음식 배달 알바생 리하다가 만났다. 그리고 경무리에서 성당 신부와 전당포 사장이 되어 재회한다. 리하다는 틈만 나면 자신의 우울을 내세우며 태민을 끼고 마을 곳곳을 쏘다닌다. "태민 씨가 저기 저 무를 따다 주지 않는다면 우울해서 죽어버릴 것 같아요…" " 안, 안됩니다 자매님…!" 그러고선 태민은 무를 사다주고, 리하다는 태민과 그것을 나눈다.

일주일 전, 리하다가 경무리에 도착하여 가장 처음 만난 인물이 현택이다.

현택은 리하다를 하룻밤 재우고 돌려보낼 생각이었으나 리하다가 잡은 그의 약점(!)을 쥐고 흔든 탓에 장장 일주일째 집에서 거두는 중.

 

슬픔에 잠긴 리하다가 떠들면 현택이 "입 다물고 밥이나 먹자" 라며 현택이 틱틱거린다.

이혼했다는 소식을 주워들은 뒤부터는 리하다 쪽에서 일방적인 동질감도 가졌다.

 

"현택 씨도 제 맘 알 거 아녜요…"

"알긴 뭘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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